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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하루에 평균 130종의 책을 받아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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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는 처음이었다. 물류회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k-서점 회사로 가리라는 계획은 파주 물정을 도통 모른 발상이었다. 파주에서는 택시가 지나가는 것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찌저쩌 찾아간 k-서점 회사의 본사는 깔끔했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여타 회사와 비슷한 듯 하기도 했지만, 목재 위주의 인테리어 때문인지, 많은 책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치고 받고 박치는 치열한 생존 경쟁의 모습보다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내 책을 받아든 그녀는 책을 오른손으로 받치고, 왼손가락의 예리한 손길로 책장을 한장씩 넘겼다. 면지를 한 장 넘기고, 책장 테두리를 훑는 손가락이 예사롭지 않다. 표제지를 넘기고도 손가락은 예민하게 그리고 강-약 리듬감으로 종이의 테두리를 훑는다. "차례"를 펼쳤다. 그녀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진다. 순간 긴장한다. 


'그래, 차례 디자인은 별로지. 인정한다.'


첫째 장을 본다. 조금 나은 듯 하다.


그 순간 책상을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묻는다.


'책 하나로 나를 이렇게 긴장시키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음... 분명 '과학'분야의 구매 담당인데, 책은 '한국사' 등 사회 서적이 많은 듯 하다.


다시 한 번 책장이 넘어간다. (그녀는 부서를 잘못 배정 받았는가?)


다시 한 번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다시 책상 위를 훑는다. (그녀는 회사의 부서 배정에 불만이 많은가?)



'30부 보내주세요.'


'50부로 하면 안 될까요?'


잠시 멈짓 하더니, 이네 큰 선심을 쓰듯,


'네 그렇게 합시다.'



'50부하면 평대에 깔리나요?'


'평대에 깔린다는 보장은 할 수 없어요. 그건 매장 몫이죠.'


'그럼 100부로 하면 안 될까요? 서점에 책이 많이 갈 수록 평대에 깔릴 확률이 높잖아요?'


'그럴 순 없어요.'



그녀는 단호했다. 그녀는 하루에도 130여권의 책을 받는다고 했다. 


그녀의 단호함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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