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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fetime's worth of wisdom" 

- Steven D. Levitt, co-author of Freakonomics


Daniel Kahneman의 "Thinking, Fast and Slow"를 읽고 있다. 그가 쓴 최초, 그리고 유일의 대중서라고 한다. 


"23. The Outside view"에는 흥미로운 경험이 실려 있다. 그는 히브루 대학의 교육 대학 학장인 Seymour Fox, 그리고 여러 명의 경력이 많은 교사와 심리학과 학생들과 함께 고등학생을 위한 "판단(judgment)과 의사결정"이란 교과 과정과 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한다.


1년 반이 지난 후, 그는 동료들에게 이 프로젝트가 언제 끝날지 물어본다. 그들은 평균 1.5~2년이면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이 많은 Seymour Fox에게 다시 물었다.


"보통 이런 프로젝트는 얼마나 걸리나요?"


그는 숨간 멈칫했다.(그 역시 2년이면 작업이 모두 끝나리라 예상했었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한 순간 기억이 난 것일까?


"7년 이내로 끝난 적이 없고, 10년 이상 걸린 적이 없습니다. 이런 프로젝트 중 40%는 끝을 보지 못했습니다."


순간 암물한 정적이 감돌았다.


...


그러나 이런 부정적 예상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총 8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교과서는 실제 교육 과정에 쓰이지 못했다. 처음에는 긍정적이었던 이스라엘의 교육부의 태도가 달라진 탓이었다.


이렇게 부정적인 통계치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상 혹은 계획을 짜는 일은 사실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책임자였던 자신을 자책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 때 그 프로젝트는 중단해야 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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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시험을 앞두고 시험 공부를 할 때를 생각해보자. 이제 내일이면 시험이다. 남은 시간은 10시간. 그리고 시험 공부를 시작한다. 조그마한 사항도 놓치지 않고 자세히 공부한다. 1~2시간이 지났을 때, 공부한 양을 살펴본다. 


"음..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면 전체 분량의 1/4도 보지 못하겠군."


그 때 판단 혹은 의사결정을 한다. 100% 자세하게 1/4을 공부할 것인가? 아니면 50%로 전체를 공부할 것인가?[각주:1] 이제까지 공부하던 방식을 버리고 자세한 내용은 슬쩍슬쩍 지나치면서 전체를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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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Seymour Fox(교육대학 학장)의 부정적인(하지만 객관적인) 예측을 들었을 때, 8년 후에 쓰레기 통으로 들어갈(하지만 완성도는 높은) 교과서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완성도를 조금은 희생하더라도 4년만에 교과서를 완성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것은 사후확신편향이 만들어낸 설명이다. 이스라엘 교육부의 태도 변화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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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통계학 책을 탈고했을 때가 그런 심정이었다. 책이 조금은 불친절하더라도 그것이 담고 있는 정보의 유용성을 믿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교정 요청해서, 그것을 고치고, 고치는 김에 다시 썼더니, 책은 많이 좋아졌다. 물론 출판은 많이 늦어졌다. 나의 두 번째 책은 완성도와 집필 속도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잡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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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주요 과목에 쓰이는 교재가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중략) 급기야 그해 겨울에 베유는 새 교재를 써보자는 제안을 했다. 보렐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이 제안에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표했다. 곧 열 명의 수학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집필 계획을 세웠다." 집필 참여자들은 파리에 있는 카풀라드라는 카페에서 회합을 가졌다. 본래의 계획안은 다소 소박했다. 몇 년이면 수학의 핵심적 내용을 담은 원고가 완성될 것으로 보았다. 1935년 여름에 첫 회합을 가졌지만 제1장을 쓰는 데에 4년이 소요되었다.


p125/몬스터 대칭군을 찾아서, 현대 수학 최대의 미스터리/마크 로난 지음/심재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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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repeats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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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역사를 거스를 수 있을까?



  1. 50% 공부하는 데 1시간 걸린다면, 100% 공부하는 데 2시간 이상(아마도 3-4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유의하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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