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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들

의사들의 특기

infinitesp 2009. 3. 23. 19:39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Proust는
몸이 많이 안 좋았다고 한다. 그만큼 의사도 많이 찾아갔을 것이다.

그는 의사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의사에게 우리의 몸에 대해 연민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은
문어 한 마리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문어에게는 우리가 하는 말이 물결 소리 이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환상지"란 팔, 다리 등 신체 일부를 절단한 뒤에도 통증이
남아있는 경우를 말한다.

환상지의 다양한 현상을 처음으로 자세히 연구한 사람은 남북전쟁
당시 의사로 일한 사일러스 위어 미첼(Silas Weir Mitchell)이다.
당시 수많은 병사들이 병원으로 실려왔는데 필라델피아에는 이른바
'잘린 팔다리' 병원이라 불리던 곳이 있었다. 신경과 의사이자
소설가이기도 했던 위어 미첼은 이런 병사들이 들려준 설명에
매료되었고, 최초로 환상지 현상에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그전에는 환상지가 마치 최근에 죽은 아이나 부모의 유령처럼
상실감과 슬픔이 만들어낸 순전히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허깨비로
간주되었다.)

위어 미첼은 환상지가 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모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임을 보여주었고, 이는 잃어버린 팔다리의 영상이나
기억 또는 뇌 속에 계속 남아 있는 팔다리의 신경적 표상이라고 추론했다.

<뮤직코필리아>


"근긴장이상증"이란 피아니스트처럼 연속적으로 재빠른 동작을 필요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근육의 경련과 같은 증상이다.

일단 발병하면 같은 직업을 계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수수께끼 같고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질병인데도
거의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의학적으로 여기에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음악 연주자들은 이런 끔찍한 질병이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아마도 100명 가운데 한 명은 연주자로 활동하는 동안
이 병에 걸렸을 것이다-다들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을 자제하거나 심지어
숨기기까지 했다.

1980년대에 두 명의 피아니스트, 게리 그래프먼과 레온 플라이셔가 용기있게
자신들의 사연을 알렸다. 그들의 사연은 놀라우리만치 비슷했다.
플라이셔는 그래프먼처럼 어릴 때 신동이었고 십 대 시절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로 활약했다. 1963년 서른여섯 살이던 그는
연주를 하려고만 하면 오른손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손가락이 뒤틀리기
시작하는 것을 알았다. 아랑곳 않고 연주를 계속 했지만 그가 증상에 반발할수록
발작은 더욱 심해졌다. 어쩔 수 없이 1년 뒤에는 연주를 포기했다.

1981년 <뉴욕 타임스>의 제니퍼 더닝과 가진 인터뷰에서
플라이셔는 연주를 그만두게 만든 문제의 증상을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설명했고,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오진과 잘못된 치료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난감했던 것은 치료를 받으러 찾아갔는데도 다들 믿으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의 증상은 오직 피아노를 연주할 때에만 나타났고
진료실에 피아노를 갖춘 의사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뮤직코필리아>




훈련병 시절 배가 좀 안 좋아서 군의관을 찾았다.

"배가 이렇고, 저렇고, 저렇고 합니다."
"...
 그래서 배에 통증이 있나?"
"... 음, 그러니까 배가 이렇고, 저렇고, 저렇고 한데요?"
"그래서 배에 통증이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이게 통증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의사도
판단 못하면서 나보러 판단하란 건가?)


강원도의 한 요양원에 있을 때,
암환자 한 분이 들어오셨다.

며칠 전만에도 서울의 한 병원에서 하루 50만원짜리 병실에
있었다는 그 분은,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고 싶다고 퇴실 의사를 보이자,
그 동안 그렇게도 친절하던 의사가 돌변하면서,
그 까짓 공기가 무슨 도움이 되냐고 환자에게 호통을 치더라고 하셨다.


뭐, 의사도 의사 나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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