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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 카타르시스는 주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때,

우리가 예술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결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일 수 없을 것이다.


탁월함, 비범함, 진정성, 놀라움, 희귀성등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없지만,

예술적인 것이 갖춰야 할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음악적 취향이 뭐에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다.

"글쎄요?"


어떤 질문은 서서히 그 답이 떠오른다.


어떤 음악도 언제 어디서나 절대적으로 옳을 순 없다.


예전에는 어떤 음악이 도입부에 그렇지 끌리지 않더라도 끝까지 들을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도입부가 맘에 안 들면 바로 건너뛴다.


아무리 사랑스런 그녀라도 "오늘은 너 보기 싫다"고 생각되는 날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매일매일 달라요.

어떤 날은 내 기분을 잘 알아주는 음악이 좋고,

다른 날은 내 기분을 이끌어 주는 음악이 좋아요.


어떤 날은 웅장한 음악이 좋고, 다른 날은 달콤한 음악이 좋고,

어떤 날은 베이스가 땡기고, 다른 날은 피아노가 고프고, 

또 다른 날은 드럼의 파찰음에 이끌리죠.


어떤 날은 R&B처럼 변화무쌍한 음악이 좋고,

다른 날은 Rock처럼 단순하고 강렬한 음악이 좋고,

가끔은 레이브처럼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기도 하죠."


-=-=-=-


누군가 고급 예술과 대중 예술의 경계를 물었다.

극단적인 주관주의를 택하는 나로써는 당연히 그 기준은 "자신"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고급 예술이면 고급 예술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거다...


정말 그럴까?


물론 인간은 다양하지만, 또한 공통적이다.

수학을 제대로 배우고, 그 논리를 이해하면, 수학은 수렴적이다. 

모두가 수긍하고 인정하게 된다.


예술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처음 볼 땐 모르지만, 

예술적 감각을 갈고 닦으면, 

누구나 깊이를 느끼게 되고, 그 진면목을 발견하게 되는 작품들이 있지 않을까?


써커스를 봐라. 너무나 쉽게 덤블링을 해 내서, 너무나 실수없이 깔끔하게 해내서,

그리고 그것들이 다 비슷해 보여서, 다 그게 그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안에서도 수준이 있고, 난이도가 있지 않은가?


누군가 댄스 배틀에서 "와!"하고 외마디 감탄사를 내지른다면,

그것은 그 기술이 얼마나 어렵고, 희귀한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신기루일 수 있다. 고급 예술이란 것...




엉터리 논문으로 그 신기루를 천하에 밝힌 소칼을 생각해보자.


밖에서 볼 땐 너무나 따뜻하고 인정미 넘치는 집단처럼 보였는데,

그 안에 들어가보니 시기와 질투, 암투가 만연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는 그 안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잘 알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묻기도 쉽진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은 예술을 하고 있나요? 사기를 하고 있나요?"


"당신은 가슴 속 뭔가를 따르고 있나요? 아니면 남들의 시선과 부귀, 영화[각주:1]를 쫓고 있나요?"




그리고 그 질문은 나에게도 적용된다.


"나는 뭔가를 알아내고, 발견하기 위해 논문을 쓰는가?

아니면 실적을 쌓기 위해, 경력을 쌓기 위해 논문을 쓰는가?"


...



그녀의 손을 내 가슴 위에 올려 놓고 물었다.

"느껴져?"







  1. 영어로 쓴다면 당연히 "시선, 부귀와 영화"라고 써야 할 것이다. 근데 지금 느낀 건데, 한국어에선 "시선과 부귀, 영화"가 자연스러운 듯 하다. 마치 영어에서 주소를 쓸 때와 한국에서 주소를 쓸 때 그 순서가 정반대인 것처럼... it makes sense, doesn't it?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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