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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학부나 대학원에서의 전공만으로는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게 됨에 따라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두 가지 화두가 있다.


"어떻게 빨리 배울 것인가?"

"그리고 언제 멈출 것인가?"


일면 당연해 보이는 첫 번째 질문과 달리 두 번째 질문은 부연 설명이 필요한 듯 보인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하여, 가장 기본적이고 누구나 수긍하는 내용들을 다 배운 후에는 점점 가장 최신의, 그리고 점점 불확실하고, 논쟁적인 내용들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필요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새롭게 내용을 발전시키거나 개발해야 하는 단계까지 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에서 멈추냐이다. 어느 정도에서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결론 내릴 것인가이다.


최근에 수학 교육과 석/박사 학위 논문을 들쳐볼 기회가 생겼다. 특히 "작업 기억"과 관련된 이론(연구)를 인용한 논문이 많았는데, 그 이론이라는 게 거의 20~30년 전의 이론이었다. 결국 최신의 이론까지는 인용하지 않아도 수학 교육 석/박사 학위를 따는데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언제 멈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가이다. 만약 학위가 목적이라면 그 학과의 선례를 따르면 될 것이고, 만약 정말 진실을 추구한다면 가장 진실과 가까운 이론을 인용하면 될 것이다. 나는 가장 "최신의" 이론이라고 하지 않았다. 가장 "최신의" 이론이라고 해서 가장 진실과 가깝다고 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Neural Network는 한물 갔다고 생각했고, 그 누구도 연구하지 않았다.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고 줏대없는 사람들은 그 시류에 따라가기 바쁘다. 



"어떻게 빨리 배울 것인가?" 내가 한 Workshop에서 이 질문을 했을 때, 강연자가 한 말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처음에는 백과사전을 보면서 관련 용어를 익히고, ..." 그래서 내가 직접 생각해봤다. 가장 빠른 것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다. 그것도 잘 알고,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잘 설명된 문서를 통해 배우는 방법이 있다. 흔히 관련된 문서를 여러 개 찾을 수 있다. 그것을 훑어 보다 보면 유난히 "흥미롭거나", "쉽게 이해되는" 문서들이 있다. 괜히 이해도 안 되고, 졸리기만 한 문서를 봐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고려할 사항은 문서가 필요로 하는 배경 지식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서가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렵다. 만약 문서가 너무 어렵다면 쉬운 문서를 찾거나 관련 배경 지식을 따로 배워야 하며, 문서가 너무 쉽다면 건너 뛰고, 건너 뛰어라.


그리고 관련된 기술이 있다면 실제로 실행하거나 구현해 보아야 한다. 직접 해보지도 않고 기술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프로그래머가 논리만으로 버그없는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는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프로그램을 안 짜 봐서 잘 모르겠는가?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당신의 인생이 계획대로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계획이란 것을 짜 봤다면 하루의 계획조차 이상과 현실의 괴리, 뜻밖의 사건 등에 의해 결코 그대로 실행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남이 한 걸 왜 또 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너무 간단한 거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재연을 해봐야 한다. 그래야 논문에 미쳐(혹은 의도적으로) 담기지 않은 숨은 논리와 연결고리 등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 암묵적인 기술들을 익힐 수 있다. 겉보기에 간단해 보이는 실험 조차도 속으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진정 "빨리"와 "온전히"를 동시에 성취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물론 그것이 정말 가능한 분야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 분야가 워낙 성숙해서 관련된 문서도 많고, 그 문서들이 모두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합의를 하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라면....


내가 컨설팅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몇몇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 대해 단기간 스터디를 하고 낼 수 있는 의견이나 조언이 얼마나 믿을 만할 것인가? 내가 볼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그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가장 "유명한"이나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 사회적 인지도는 그 분야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 혹은 숨은 권위자의 말이라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진리란 생각만큼 쉽게 그 모숩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음.. 이거 괜찮다.


"진리란 생각만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면 컨설팅, 혹은 정말 머리 좋은 사람들, 혹은 정말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컨설팅이 그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나의 경험에서 유추된 것이다.


치과의사를 여럿 만나다 보니, 역학 이론 하나만 알아도 혹은 의학 지식 하나만 알아도 거짓임이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서 내가 치과의사고 전문가니까 믿어라 하는 식을 자주 경험한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그들에겐 이게 눈에 뻔히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아마도 그럴 것이다. 기본 원리, 근본 원리에 대한 이해없이 단순 암기만으로 의학 지식을 배웠다면, 당연히 그건 일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전문가의 영역이며, 그걸 A로 배웠지만 사실 B로 배웠었도 별 의심없이 믿었을 것이란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암기만으로 딴 의사 자격증이 얼마나 신뢰롭지 않은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치과 의사 뿐 아니라 현실에서 전문가로 자칭(혹은 타칭)하는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Workshop에서 만난 수학자에게 물었다.


"You must know the book <<How to solve it>> by Polya"

"No... That sounds like something I must know"

(Yeah.. You bet!)



미국사람들은 TV에 나오지 않으면 모른다고들 얘기하는데(우리나라도 별반 다를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일뿐이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거나 실무에서 접하지 못했다면 모른다. 그런 얄팍한 지식으로 자신의 전문지식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마치 육지 위에서 지구엔 육지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사실 바다가 70%다!) 



"네가 알고 있는 지식 넘어엔 출렁이는 파도와 같이 경쟁하는 이론과 상충하는 증거가 넘실넘실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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