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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저는 전공이 독어독문학인데 너무 관념적이라 싫어했어요. 생각 많고 사변적인 답답한 남자 주인공이 나와서 남국에서 온 생기 넘치는 여자를 좋아해, 주야장천 그 여자에 대한 망상만 하다 소설 다 끝나가는 식이죠. 영미 쪽은 어쨋든 행동을 하잖아요.


김    몇천 년 전부터 가장 우세종이었던 그리스 비극의 세계를 잘 계승했다고 생각해요. 평온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사건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삶이 위태로워지는 얘기. 결국 몰락하거나 삶의 균형 회복을 위해 투쟁하는 식이죠. 그 서사적 전통을 가장 잘 계승한 영미 문학이 할리우드나 모든 드라마를 지배하게 된 거고.


원    그렇다면 그 문법을 따르지 않는 문학은 무언가요?


김    소수의 예외가 프랑스 문학과 독일 문학, 그 중에서도 순수 문학이죠. 지인이 프랑스에서 영화를 했는데, 시나리오가 펀딩에서 떨어졌어요. 심사위원에게 왜 탈락했는지 물어봤더니 심사위원이 "반전이 있잖아. 우리는 반전 싫어해"했대요.


원    독일도 마찬가지겠군요.


김    "주인공이 생각이 너무 없어"라며 거절하겠죠. 괴테나 토마스 만처럼 온 세상 문제를 다 짊어져야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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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짜리 시계 광고 속에서 이런 인터뷰가 숨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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