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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별곡

CCTV

infinitesp 2012. 2. 29. 05:45

하긴 나에게 업무를 가르쳐 주던 사람이 살짝 언급하긴 했다.

"CCTV도 있어요."

하지만 귀담아 듣진 않았다. 이 조그만 편의점이 뭐가 중요한 게 있다고 CCTV까지 있을려고? 단지 일종의 딴 맘 먹지 말라고 하는 소리로 취급했다. 그리고 있다고 해도 내가 다른 꿍꿍이가 없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론 CCTV를 본 적이 없으니... 천정 군데군데 달려있는 투명한 돔만으로는 실감이 오지 않는다.

편의점 안쪽에 있는 창고 겸 사무실.(사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부끄럽게 달랑 컴퓨터 한 대가 있다. 컴퓨터로 주로 하는 일은 냉장고의 온도 입력, 상품이 들어오면 검수,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 처리 등이 있다.) PC를 만지다 문득 말로만 듣던 CCTV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게 어디에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위쪽에 VCR로 보이는 게 있었다. 그렇다면 CCTV는 어디서 볼 수 있지? 그리고 찬찬히 주위를 보니 모니터 셀렉터로 보이는 파란 물체가 있었다.(모니터 셀렉터는 여러 개의 소스를 선별적으로 모니터로 보내 주는 장치이다.)

그 물체에 달려 있는 버튼. 한 번 눌러 볼까? 뭔가 잘못되면 어쩌지? 뭐 크게 잘못될 게 있겠어? 반쯤 걱정으로, 반쯤 호기심으로 조심스레 버튼을 눌렀다.

순간, 모니터에는 8개의 실시간 CCTV 화면이 떴다! 한 쪽에는 창문을 통해 밖의 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한 쪽에는 진열대의 음료수가 다른 쪽에는 진열대의 과자가, 또 다른 쪽은 근무하는 카운터가, 그리고 이 쪽에는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옆 모습이 적나라하게 플레이되고 있다! 화질도 선명하고, 움직임에 끊김도 없다! 다행히도 얼굴은 옷걸이의 옷에 가려져 있지만,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당혹감이란! 

아마 싸이코라면 집에서 이 화면만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정말 집에서 CCTV 화면을 지켜 볼 수 있다면 금방 지루하겠지만서도, 나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화면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기록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하다. 


솔직히 말해서, CCTV 화면을 보기 전과 후에 나의 아르바이트가 정확히 일치했다고 말할 순 없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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