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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별곡

봉투값 20원 II

infinitesp 2011. 12. 2. 03:35


아파트 바로 앞의 편의점에서만 볼 수 있는 손님들 중 하나는 아이를 들고 편한 복장으로 오는 엄마들일 것이다. 그 중 한 손님은 1살 짜리 아이들 가슴으로 안고 들어왔다.

몸매는 아직 임신 때의 통통함이 가시지 않고, 약간은 노곤한 분위기가 얼핏 나이가 들어보이긴 하나, 자세히 보면, 얼굴은 약간 앳되 보여서 20대 후반(아니면 중반일 수도)쯤으로 보이는데, 임신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통통하지만 볼륨감 있는 몸매와 마찬가지로 통통한 볼살, 어딘지 모르게 선한 인상으로 만약, 만약(!)에 어떤 이유로든 싱글이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 단지 그런 게 아니라도 일상적인 대화쯤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느낌?

아기는 정말 어려서 1살도 안 되어 보였는데, 음료수를 하나 집어가지고 온다. 
"얘야, 계산해야지?"
나는 얘의 올망졸망한 손가락들에서 음료수를 받아서 계산을 한 후,
카운터에 내려 놓으려다, 다시 아기의 손에 건네주며 말한다.
"자, 여기, 줄까?"
그리고 살짝 엄마의 얼굴 표정을 살핀다.

보통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 중에,
아이에게 친근감을 보이면, 다소 경계를 보이는 부모들이 있다.
다행히 이 손님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봉투값 20원을 계산에 포함시키자 살짝 얼굴 표정이 찡그려진다.

...

그 후론 다시 편의점에서 볼 수 없었다.

오호 통재라! 그 봉투값, 그냥 내가 계산할 것을... 


<작품해설>
이 작품은 나의 귀인 오류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면, 상대의 조그마한 행동 변화에도 나에게 원인을 찾고 귀책하는 상황을 담았다. 

아마도, 그 짧은 순간, 난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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