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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분명 지도를 찾아 확인을 해 두었건만, 길을 헤매고 있다. <거리뷰>로 미리 도로를 확인했어야 했다. 도로가 지나치게 넓다. 이렇게 넓을 리가 없을 텐데... 유턴을 하려면 한참을 가야 한다. 예비군 훈련장이 있을 만한 곳이 없어보인다.

 

지각하겠네.’

 

옛 기억과 어제 본 지도, 그리고 길거리의 표지판을 동시에 고려하여 힘들게 예비군 훈련장으로 들어가는 표지판을 찾았다. ! 10차선 도로의 한 편에 있는 표지판이라니. 차는 이내 2차선 도로로 들어간다. 5분은 늦었다.

 

2차선을 상당히 오래 달려야 할 것이다. 오른쪽 도로변으로 홀로 걸어가고 있는 군복을 입은 예비군이 보인다. 인도도 없는 이 도로 한 편에서 외로이 걸어가고 있다.

 

얼마나 가야하는지나 알고 걷고 있는거야?’

 

...

 

군대에 있을 때, 금요일 일과가 끝나고 퇴근하면 으레 영월 터미널까지 차를 타고 간다. 거기서 고속버스로 갈아타고 서울로 온다. 겨울에는 6시만 되어도 주위가 깜깜하지만, 여름에는 방금 한낮을 지난 시간이다.

 

태백에서 영월로 가는 길은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되는 길을 가고 있으면 중간에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를 보는 경우도 있다.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 알고나 걷고 있는거야?’

 

가끔 태워줄까?’란 생각도 한다. 특히 학생들이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땐 말이다. 하지만 한 번도 태워준 적은 없다. 학생들은 너무 많거나, 내 차의 좌석이 잡동사니로 가득했거나, 학생은 많지 않지만 내가 귀찮았거나, 약간 겁이 나거나 했다.

 

...

 

외로운 예비군이 이제 바로 앞에 있다. ‘태워줄까?’ 하지만 나는 순발력이 좋지 않고, 백미러에는 따라 오는 차가 보인다. 결국 이번에도 지나친다.

 

훈련소는 지나치게 따분하다. 옆 주머니에 책을 집어넣고 오려다 "마지막이라서" 참았는데 후회한다. 핸드폰으로 facebook을 한다. 핸드폰 facebook은 지나친 따분함의 상징이다.

 

그러면서 이 글을 구상한다. ... 그 사람을 태웠으면 뭔가 훈훈한 결말이었을 텐데. 안타깝다. 그 사람을 태워줬다고 결말을 내 버릴까? 어짜피 내 글이 100% 실화는 아니니까...

 

소총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본다. 이제 이것도 <맥심>에서나 보겠구나.

 

...

 

퇴소. 차를 운전하면서 정문을 지나친다. 이런! 퇴소를 한 예비군이 약 100m 간격으로 걸어가고 있다. 훈훈한 결말을 지을 수 있겠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다. 누구를 태워줘야 하는 거지?

 

누구도 태워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태워줘야겠다는 마음이 자주 드는 건 아니란 걸 깨닫는다.

 

...

 

그런데 타세요.”라고 하면 탈까? 강원도의 순박한 고등학생이나, 지각한 예비군은 고맙다고 탔겠지? 어쨋든 흔치 않은 호의임은 틀림이 없다.

 

...

 

타세요.”

 

?”

 

태워다 드릴께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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