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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들

침술

infinitesp 2018. 9. 28. 06:43

과학자, 또는 의료인들 중에는 침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근데 이게 경험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조금 안타까운 면도 있다.


사실 어중이 떠중이 모아서 통제/실험 집단으로 나눈 후 침을 놓고 효과를 비교하는 그런 식의 실험으로는 효과를 입증하기 힘들 것이다.


1.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검은 백조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하는데, 실험 결과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영가설을 채택하는게 아니다." 


"영가설을 기각할 수 없다"라고 한다.


2. 효과는 한 번이라고 있으면 있는 거다. 예를 들어 어떤 한 사람에게만으라도 효과가 있으면 있는 거다. 근데 그걸 어떻게 입증하냐고? A-B-A-B-A-B-... (A:통제 조건, B:실험 조건). 다시 말해 반복측정을 해보는 거다. 순서 효과를 무시할 수 있다면, 그리고 효과가 반복적으로 측정된다면 효과가 반복될 수록 원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된다. 


3. 하지만 한 개인의 효과와 집단 전체의 효과는 다를 수 있다. 통제/실험 집단에서 효과가 있다고 개개인에게 효과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개개인에게 효과가 있다고 해도 전체 집단 수준에서 효과가 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집단 수준의 효과는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4.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침술이 존재하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이 이루어내는 엄청나게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시 부연 설명을 해보자.


어떤 사람들은 동일한 클래식 곡의 연주자에 따른 미묘한 차이를 인지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그런게 어딧냐면서 통제된 실험을 해보자고 한다. 어중이 떠중이 다 모아놓고, 통제집단에게는 동일한 연주자의 연주를, 실험집단에게는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들려준 후, 그들의 행동 평균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본다. 물론 전체 집단 수준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올리 없다. 특히 실험참가자의 수가 매우 적다면.


아니면 포도주 얘기를 해도 된다. 동일한 포도주와 비슷한 포도주를 사람들에게 주고 구분할 수 있는지 행동 실험을 해본다. 다시 어중이 떠중이(포도주에 관심있는 매우 극소수와 술이면 다 똑같은 대다수)가 실험에 참가하면 집단 평균의 차이를 유의미하게 밝혀내기 힘들다.


하지만 밀크티에 우유를 먼저 붓는지, 아니면 티를 먼저 붓는지를 구분해내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각주:1]




그래서 내가 정말 의아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왜 그들은 "믿는" 것일까?[각주:2]

그들은 바보일까?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입장을 취하는 정치인인가?



  1. Lady Tasting Tea [본문으로]
  2. 그러니까 어떤 다른 가능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믿는 것이다. 어쩌면 뭔가 모호한 상태로 남겨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대단히 훌륭(?)한 사람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너무나 섣불리 자기 편을 결정하곤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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