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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별곡

소주, 아침 11시에!

infinitesp 2011. 12. 11. 22:17
지긋이 나이 든, 자그마한 체구에, 옷에는 군데군데 먼지를 묻은 아저씨가 소주 2병을 들고 계산대로 다가온다. 나는 입 안에서 먹고 있던 빵을 재빨리 목 뒤로 넘긴다. 
아저씨 왈,
"젊은이가 그런 거 먹고 되겠어?"
"아... 네."

소주를 들어서 바코드를 찍는다.
삑-.
"낮부터 소주세요?"
(반격이다. ㅋ)

삑-.
아저씨 바로 대답한다.
"나이 60이 넘어서, 힘 쓸려면 힘들어... 소주 먹으면 힘이 나지..."
"소주 먹으면 힘이 나세요?"
"그럼! 소주 먹으면 힘이 나지... 안 그러면 힘들어..."
(아하! 미처 몰랐네요.)
"아... 네..."

-=-=-=-=-=-=-

주말마다 아침이면,
등산복을 입고,
막걸리에 소주에 군것질 거리들을 사가지고 가는 아저씨가 있다.

삑-.
삑-.
삑-.

"~원입니다."

사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다른 표정도 짓지 않았다.

"젊어서는 열심히 일했고, 이제 은퇴했으니까 좀 놀아야지..."
"아.. 네.."

(정말 그러셔야죠... 누가 뭐라고 했나요?)

근데,
난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다른 표정도 짓지 않았다.

-=-=-=-=-=-=-

ㅋ..
사실 난 소주는 별로니까, 백세주를 한 병 사들고 카운터에 간다면,
얼굴에 엄청 행복한 표정을 짓고, 맘껏 즐거워 하면서
계산을 하고 싶다!

"먹고 싶지?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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