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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별곡

봉투값 20원 I

infinitesp 2011. 12. 10. 23:17
봉투값은 20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닐봉투를 공짜로 줄 수 없다. 만약 걸리면 벌칙금(?)을 물어야 된다. 봉파라치라고 아는가? 공짜로 비닐봉투 주는 상점을 동영상으로 찍어 고발하고 상금을 타는 사람들이다. 현재 인터넷 검색 결과, 안 그래도 영세한 중소상인들을 상대로 할 짓은 아니라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자제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불법이고, 벌금이 존재하며, 봉파라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불변이다. 단지 벌금을 물 확률이 극히 작다는 정도?

한 가지 웃긴 것은 손님들은 봉투값 20원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80원의 거스름돈이 부담이라면 이해가 가긴 하는데, 카드로 결제하는 사람들까지 그런 걸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가 보다. 단지 따른 상점들은 안 내도 되는데 여기서만 내는 게 싫은 건가? 그게 20원일지라도?

주인은 공짜 봉투를 싫어하면서도 결제 후에는 꼭 물어본다. 미소를 머금고. "봉투에 넣어드릴까요?" 그리곤 물건을 봉투에 넣어서 건네준다. 공짜로... 그리곤 뒤로 궁시렁거린다. 그 작은 거 가지고 가는데 꼭 봉투에 넣어야 하겠냐고.

나도 공짜 봉투를 싫어하고, 실제로 처음에는 돈을 꼬박꼬박 받았다. 그러면 10원짜리 거스름돈이 금방 바닥난다.

사실 아르바이트 입장에서 거스름돈은 성가신 존재이다. 80원을 꼬박꼬박 돌려주기 위해서는 10원짜리 동전이 꽤나 많이 있어야 하는데, 교환되는 동전의 갯수와 보관하는 동전의 갯수가 많아질 수록 실수의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꾀를 하나 낸 게,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에게만 봉투값을 받는 것이다. 바코드를 모두 찍고 총 물건 값이 나오면, 그 값을 알려주면서, 손님을 슬쩍 본다. 그리고, 카드를 내는 듯하면, "봉투 드릴까요?"라고 물어보고, 봉투값을 찍고, 현금을 내면 안 말도 안 하는 것이다. "봉투 좀 싸 주세요."할 때까지. 그리고, 그렇게 물어보면, 별 말 없이 봉투에 싸주거나, "봉투는 20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만약 "봉투값도 받아요?"라고 물어보면, "아, 그냥 드릴께요."라며 큰 선심이나 쓰는 듯 말한다. 그러면 손님은 정말 고마워한다. 

근데 그 감사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려면, 그 전의 표정을 읽어야 한다. 

손님은 멋쩍게, 그리고 자신없이 나의 눈치를 살피며 말한다. "봉투값도 받아요?" (기어가는 목소리로) 그건 봉투값이 원래는 받아야 하는 것임을, 하지만 대부분의 상점에서 공짜로 주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선처(?)를 약간은 기대하는 것이다.

"아, 그냥 드릴께요."

그의 멋쩍은 표정은 일시에 풀리면서 화사해 진다. "감사합니다." 손님의 말끝에서 진정 흥겨운 리듬이 느껴진다. 

아, 20원이 뭐라고. 아니 봉투값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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