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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의 자조어린 삶의 편린

복병

infinitesp 2014. 11. 30. 12:31


가끔 주말에 학교에 가려고 하면 놀란다. 수많은 등산객, 행락객, 버스, 자동차, 교통 체증.


아침 일찍 가거나 아예 늦게 가야 한다. 적어도 그게 내 예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번 저녁 11시에 학교에 갔을 때,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에 놀랐다. 


...


새벽 3시 14분. 자동차 시동을 켠다. 지금쯤이면 "한산"하겠지? 


아마 기록을 세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15분에 도전해 볼까?


...


처음은 좋다. 신호 운도 있다!


...


이수교를 앞에 두고 신호 대기 중. 


신호 앞의 거리를 조망하던 나는 눈을 의심한다. 

편도 5차선 중에 4차선에 진입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뭐지?" 


아스팔트를 깔았나 보다. 미쳐 보지 못한 몇몇 자동차들은 표지판 사이로 지나간다. 야광봉을 든 사람이 야광봉을 흔들어대도 이미 진입한 차는 어쩔 수 없다. 나는 얌전히 한 쪽 길로 통과한다.


...


"생각보다 차가 많네."


예술인 고개를 오르기 전까진 이 정도였다.


"앞에 청소차라도 있는 거야?"


차가 서행을 한다. 액셀. 브레이크. 액셀. 브레이크.


이럴 때 전방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교통 흐름의 맥을 짚어야 한다.


액셀. 브레이크. 액셀. 브레이크.


같은 방향의 전 차선이 제 각각 액셀, 브레이크, 액셀, 브레이크.[각주:1]



새벽 3시에 꽉 막혀버린 도로에, 차에 클랙슨(klaxon)[각주:2]을 울리고 싶다.


"빨리 좀 가자!"


...


차들이 두 갈래로 갈리기 시작한다. '뭐지?'


소방차가 보인다... '불 났나?'


소방차 옆으로 흰 개구리가 보인다... '응?'


정말 개구리처럼 왠 흰 승용차가 벌렁 뒤집어져 있다. 아주 대자로 뻤었다. 방향도 도로 방향에 수직으로. 


심각한 사고인가 걱정했는데 승용차는 멀쩡해 보인다. 누가 종이 개구리 꼬리를 누른 것처럼 그대로 뒤집혔다.


'어디서 굴러 떨어졌나?'


어딜 봐도 굴러 떨어질 만한 곳이 없어보인다. 경찰차의 경광등을 지나쳐 빠져나온다.


...


드디어 학교! 

연구실 문이 보인다.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온다. 새벽 4시에!



  1.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액, 브레이크, 액, 브레이크, 애액, 브레이크" 쯤 되겠다. [본문으로]
  2. 외래어 표기. 크락션(X), 크랙슨(X), 클락션(X). <네이버 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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