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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을 보고 있다.

  그는 찡그리고 있다.
  충혈된 눈, 울긋불긋한 뺨.

  그의 모습은 어딘지 낯설다.

  -

  점심식사 시간은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하지만, 같은 장소, 같은 시간도 이전의 사건에 의해 전혀 다른 의미와 맥락이 부여된다.

  커다란 둥근 탁자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한다. 별다른 말은 없다.
  간혹 상급자가 오면 "필승!"을 외치고,
  하급자가 식사를 마치면서 "필승!"을 외칠 뿐이다.

  점심식사 시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몇 시간 전, 정말 말도 안 되게 하찮은 일로
  중대장에게 한 소리를 들은 것 밖에는.

  이미 다 지급되어버린 수첩을 달라고
  하루에도 3~4번씩 떼쓰는 덜 자란 중대장에 불과했지만,
  그런 중대장에게 한 소리 들으면 더욱 엿 같다.

  커다란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별다른 얘기는 없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시선은 오직 밥에만 고정되어 있다.
  기분은 엿 같다. 같은 시간도 이전의 사건에 의해 전혀 다른 기분이 된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은 단지 귀로 확인할 뿐이다.
  나의 시선은 오직 밥에만 고정되어 있다.

  만약 나의 시선이 밥에만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엿 같은 기분은 나의 시선을 밥에만 고정시켰고,
  그것은 나를 더욱 엿 같이 만들어 버렸다.

  내 안의 누군가 내게 말한다.
  "이런 엿 같은 곳에 뭐하고 있냐?"
  밥 먹을때 밥만 보고, 밥만 먹는 처지라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제길. 빌어먹을.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고.

  다음 순간 속에서 뭔가가 울컥 나왔다. 울컥. 울컥. 울컥.
  나는 북받쳐 오르는 뭔가를 최대한 참았지만,
  흐느낌은 조금씩 새어나가고 있었다.

  나는 일어섰다.
  벌써 얼굴 위를 적시고, 턱 위에 고여 있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홀을 지나 출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웨이터 1명과 홀 반대편에서 식사하던 1명은
  나의 울긋불긋 일그러진 표정과 들썩이는 가슴을 본 것 같다.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물을 틀어,
  눈물을 닦고,
  거울을 보았다.
 
  기묘하게 일그러지고, 울긋불긋한 표정.

  가슴은 여전히 들썩이고 있었다. 그리고, 들썩일 때마다 그 만큼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참고, 또 막아봤지만, 간헐적으로만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로 이렇게까지 눈물을 쏟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나는 나를 보고 있다. 일그러진 표정, 충혈된 눈, 울긋불긋한 뺨.
  기묘한 나의 표정은 현실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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