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라이센스" SAS를 설치하는 이야기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 샀는데, 중간 군데 군데를 읽어보니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싱겁거나 시덥지 않거나. 바쁜 생활 탓에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꽂혀 있기만 했다.
SAS을 설치하고자 했다.(SAS가 무엇의 약자인지 모르겠지만, 상용 통계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Google하면 “SAS | Business Analytics and Business Intelligence Software"라고 뜬다.) 나는 주로 R을 사용하는데, 영역 확장쯤으로 생각하자. 학교 포털에서 Quick Menu/SW 다운로드/소프트웨어목록/SAS 9.3/SAS 9.3 32bit로 들어간다. ”스마트클라우드 에이전트“를 설치하고, 설치를 시도한다. 프로그램이 얼마나 무거운지, 프로그램이 3장의 DVD에 들어있다. 거의 7G를 넘는 용량이다. 설치하는 시간도 엄청 길다. 중간에 컴퓨터를 재부팅하라질 않나... 2%, 3%... 수치 올라가는 걸 보고 있다가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연구실을 하릴없이 한바퀴 돈 후, 책꽂이의 책을 하나 뽑아 읽는다.
“유쾌한 발견”. 오호, 앞부분은 그런대로 읽을만 하구나? 앞부분에 재미있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넣고 뒷부분에는 짜투리를 넣었나 보다.
그 중에 가장 빵 터졌던 이야기를 옮겨 본다.
“
"왜 홍차야?"
ㄱ은 커피는 입에 안 맞아서, 라고 대답할까 하다가 조금 특별해 보이고 싶어서, 라고
진심을 말할 뻔도 하다가 "서울에서 홍차를 마시는 건 처음이라서" 하고 제 고향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발언을 했다.
이윽고 커피와 홍차가 날라져 왔다. 그런데 커피와 달리 홍차는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와 티백이 담긴 찻잔이 따로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커피를 다 마시도록 고민을 하던 ㄱ과 ㄴ은 마침내 서울식으로 홍차를 마시는 법을 보여 주었다. 설탕 봉지를 뜯듯 티백을 뜯어서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을 잔에 넣은 뒤에 뜨거운 물을 따랐고, 거기에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어서 배부르게 마셨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ㄱ도 열 번째 미팅을, 그것도 일대일로 만나는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상대가 된 여대생 ㄷ은 ㄱ이 첫 미팅 때 그랬듯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ㄱ은 동병상련의 심정이 되어 ㄷ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너스레를 떨었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고향이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음식을 주문하게 되었을 떄 ㄱ은 자신처럼 정식을 주문하라고 유도했다. 만에 하나 자신을 보고 따라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정식이 오기 전에 수프가 왔다. 여대생은 수프에 손을 대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ㄱ은 상대에게 물었다.
"왜 안 드십니꺼?'
여대생은 수줍게 대답했다.
"밥 나오면 말아 먹을라꼬요."
두 사람은 5년 뒤에 결혼했고 결혼 6개월 만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
"
덕분에 SAS 설치는 후반부로 치닿는다.
“178. <사후 처리 설치>를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도? 포기?”
(그렇다! 178단계가 마지막 단계이다!)
뭔지도 모르는 "사후 처리 설치“ 설치에 실패를 했단다. 다시 시도한다.
한 5분 동안 하드 디스크 LED가 깜빡깜빡거리고, 하드 디스크 특유의 자잘거리는 소리를 뿜어내더니 다시 똑같은 메시지를 내보인다.
“<사후 처리 설치>를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도? 포기?”
아이 몰라. 그냥 포기. 그래도 실행은 되겠지?
설치 과정이 모두 끝났다. SAS 9.3. 이제 내 손 안에 들어온 것인가? 실행시켜본다.
“에러: 어쩌구 저쩌구를 초기화하지 못했습니다.
오류: 어쩌구 저쩌구가 안 됩니다.
주의: 어쩌구 저쩌구가 없습니다.“
그리곤 없다. Orz. 내가 이거 설치한다고 아마 1시간 반은 기다렸지?
그래도 충동적으론 산 책을 더 읽었고, 조금 웃었음에 위안을 찾아야겠다.
그런데 SAS 9.3은 정녕 설치 할 수 없단 말이냐?
다시 “캠퍼스라이센스S/W배포시스템”에 들어가 본다.
“SAS 설치가 안 될 경우 다른 방법으로 설치안내.pdf”가 있다. 확인한다.
“SAS를 ISO파일로 설치할 경우 특정 파일을 하드디스크로 불러드리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어 다른 설치방법을 안내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왜, 언제 그런 문제가 나타나는지는 모르겠고, 하여간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이구나!
정말 손쉬운 면죄부다. 나, 1시간 반 동안 이거 붙잡고 있었다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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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다음날. 다시 맘을 다 잡고, 다른 방법으로 설치를 시도한다.
3개의 zip 화일을 받아 압축을 풀고 다시 설치한다.
설치가 끝날 무렵 다시 나타나는 메시지!
“<사후 처리 설치>를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도? 포기?”
역시 한 번의 "다시 시도"와 한 번의 "포기".
역시 나타나는 메세지.
“에러: 어쩌구 저쩌구를 초기화하지 못했습니다.
오류: 어쩌구 저쩌구가 안 됩니다.
주의: 어쩌구 저쩌구가 없습니다.“
머리 끝을 뚫고 높아지는 짜증 지수와 함께 저 밑바닥에서 뭉클뭉클 올라오는 불신.
학교 포털에 대한 불신.
Google 신에게 묻는다.
"SAS 설치 사후 처리 설치"
첫 번째 결과. "SAS 고객지원 | FAQ"
설치 관련 FAQ, Q_4. SAS 9.3 설치 시, 사후처리 단계에서 에러가 발생합니다. 설치를 중단하고 SAS를 기동하면 아래와 같은 팝업메시지가 나타납니다.
오호. 금방이네! A.4 화일 이름을 바꾸고, 화일을 다운 받아 해당 폴더로 옮기세요. 번거롭긴 하지만 이것쯤이야!
다시 실행. 여전히 에러!!!!!!
다시 "SAS 고객지원"을 훑어 본다.
마지막의 "[참조URL] http://support.sas.com/kb/45523" 클릭!
이것저것 말이 많다.
중간 쯤 Workaround에 앞에서 했던 조치가 Step 3.로 되어 있다. Step 1.을 거쳐 Step 2.를 따라 한다. 이름 하여 SAS Renewal(SAS 소프트웨어 갱신).
"SAS 설치 데이터 화일이 올바르지 않습니다."
헐!!!!
내일 전산원에 전화해서 차분히 물어봐야 겠다. 차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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