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시험일 뿐이다.
시험의 진리는 이것이다.
"시험 문제를 미리 알면 된다!"
...
신경과학 시험 일주일 전. 지난 십여년 간의 출제 문제를 훑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세 문제의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흠. 이런 속도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는데?
그리고 꽤나 자세하고, 꽤나 포괄적인 책을 찾았다.
Fundamentals of Neuropsychology/Bryan Kolb and Ian Q. Whishaw
Neuroscience/Dale Purves
대부분의 시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두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나에게는 기출문제와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려줄 책,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무엇이 두렵겠는가? 움하하... 밤에 꿈을 꿨다. 시험에 통과하는 꿈. 꿈에서 깨어나면서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움. 하하...
기출 문제 중에 자주 반복되는 문제의 하나가 Action potential, Synapse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신경 세포(뉴런)들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생각보다 꽤나 방대한 내용이었다.
Purves의 책에서 보자면,
Ch 2. Electrical Signals of Nerve Cells
Ch 3. Voltage-Dependent Membrane Permeability
Ch 4. Channels and Transporters
Ch 5. Synaptic Transmission
Ch 6. Neurotransmitters and Their Receptors
31~161쪽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문제에 대한 답만 골라서 읽으려다가 계속 여기 저기 페이지를 뒤적이고, 이해도 됐다 안 됐다 끊기는 바람에 아예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책 읽을 땐 좋았다. 아.. 이런 내용이었구나. 방대한 지식을 한 권의 책에 집대성한 저자의 노력에 감탄을 했다. 시험에는 나오지도 않을 방법론까지 다 읽었다.
3일이 지났다. 난 하루에 한 챕터씩 읽고 있었다. ㅠ.ㅠ
자.. 이제 시험은 내일로 다가왔다. 최초의 자신감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나의 마음은 초조함에 둘러싸여 포기가 희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망연자실하여 기출 문제를 다시금 찬찬히 훑어본다.
'포기할 것이냐 말 것이냐...'
시험의 진리... "시험 문제를 미리 알면 된다!"
물론 여기에 기출 문제가 있다. 내일의 시험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출 문제의 범위가 너무 넓고, 시험은 너무 가깝다.
"시험 문제를 미리 알아야 한다!"
출제 교수님이 누구지? 확인했다. 하지만, 기출 문제에서 그 교수님이 출제한 문제를 알아야 한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교수님이 출제한 학기가 언제였지? 그리고 다른 교수님이 출제한 때는? 다행히도 그 교수님의 문제로 보이는 학기들을 선별할 수 있었다.
여기서 큰 결심을 한다. 나머지 문제는 모두 포기! 예상이 맞다면 Action potential은 출제되지 않는다!
그렇게 선별된 10개의 문제. 이미 답을 찾아본 5~6개의 문제와 나머지 문제의 해답을 열심히 찾고, 읽고, 외웠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모두 시험에 출제되었다.
Action potential은 출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난 3일간의 지식 여행이 후회되진 않는다. 오히려 즐거운 한 때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시험에는 전혀 도움이 않았다는 것도 인정해야 겠다.
시험은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풀어야 하니까...
시험 답안지를 보면 가끔 이런 내용 적혀 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미흡하겠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 작성했습니다.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시험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잡다한 관련 내용을 적은 경우에 주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나였다면, 어떤 문제가 나왔어도 Action potential에 대한 내용을 한 페이지 넘게 적고 나왔을 것이다.
'다음 학기에는 Action potential에 대한 문제를 내 주세요.'
내 딴에는 무언의 압력이다. 하지만 압력이 전혀 먹히지 않을 것임을 안다.
교수가 문제를 고르는 기준은 그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문제를 잘 알고, 따라서 채점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니까.(물론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시험은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옷, 라임이 맞는데?
시험 준비는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알아야 하고,
시험 시간엔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
PS)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불어1도 간신히 수강했으면 제2외국어 불어 시험에 70점 이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논해보겠다. 시험은 시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