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조카와 병원 놀이 중.
"자, 이제 네가 병원 해. 내가 전화 걸께. 따르릉~"
"여보세요?"
"여보세요. 배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
"이제, '어디가 아파요?" 해야지?"
"배가요!"
"아니, 네가 '어디가 아파요?'라고 물어 봐야지..."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배가요!"
(음.. 아직 복문은 힘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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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카와 내 방에서 단 둘이 오붓하게 병원 놀이 중.
(사실 조카에게 훈련 당하는 느낌이다. ㅎㅎ)
조카 동생이 문 밖에서 문 열어달라고 한다.
(조카 동생은 말도 못하고,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는다.)
조카는 아예 문을 잠궈 버린다.
(문 잠그는 법을 괜히 알려줬다고 후회한다. ㅠㅠ)
조카 동생은 밖에서 울려고 한다.
내가 문을 열어주려고 하자 조카는
"안돼. 아~안 돼." 한다.
문이 열리고 동생이 들어오자
동생을 아예 들어서 문 밖으로 내보낸다.
(음.. 굉장한데..
이제 말 좀 하기 시작한 여자 애가 자기보단 작지만 육중하기까지 한 남자 아이를 들어서 옮기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리곤 문을 잠궈 버린다.
동생은 밖에서 운다.
"동생이 밖에서 울잖아. 같이 사이 좋게 놀아야지.
다음에 네가 밖에서 울고 있을 때 내가 가만히 둬도 좋아?"
눈을 두 번 깜박이고는, 머리칼을 한 쪽으로 쓸어놓고는 자기 하고 싶은 말한다.
"자.. 병원 놀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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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른 방. 조카와 나는 또 병원 놀이 한다.
나는 또 조카에서 약처방을 받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즐거워 하고 있다.
"고마워~"
어떻게 알았는지 조카 동생이 밖에서 다시 문을 두드린다.
잠시 조카의 반응을 살핀다.
왠 걸.
이제 문을 열어 준다.
"자 들어와"
그리곤 문을 잠겨 버린다.
한 방에서 두 아이가 평화로이 공존하고 있다.
음.. 복문은 이해 못하는데, 마음 이론(mind theory)은 생겼나 보다.
다시 복문을 시도해 볼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