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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infinitesp
2010. 3. 27. 14:08
<세계의 끝, 여자친구/김연수> 중에서
종현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바흐의 칸타타 <양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고>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를 들으며 어두운 도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종현아"라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종현아"라고 한번 더 불렀다.
그리고 나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눈물을 흘리자, 종현은 전방의 도로와 나를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종현의 손을 뿌리쳤다.
종현이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고 길 옆으로 지나가는 나무들을 바라봤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나는 소월길에서 들었던 소프라노의 목소리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가 어떻게 내 영혼에 생긴 상처를 어루만졌는지,
그 아리아를 들으며 멀리 보이던 도시의 불빛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순간,
어떻게 갑자기 지난 일 년 동안의 외로움이 물밀듯이 내게 밀려왔는지,
이별의 기억이 얼마나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러 있었는지,
그 아리아가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 아리아가 끝나고 난 뒤에도 얼마나 오랫동안
내가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맞았는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