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sp 2015. 8. 10. 03:32

크로아티아의 한 성당. 

밖의 쨍쨍한 햇볕과 대조적으로 안은 어둡고, 조용하다. 

연한 주황색의 조명이 맘을 경건하게 하고 있다. 

성당의 의자 군데군데에 신자가 앉아 있지만,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오히려 관광객의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린다.


"너는 삼촌과 갈래?"

"응"

"그래 그럼 삼촌이랑 구경해"


조카의 엄마는 조카를 나에게 맡겼다. 조카는 이제 4~5살의 여자 아이.

조카의 손을 잡고 나는 성당을 안 돈다.


천장의 촛불대라던지, 양벽의 성모상들을 둘러본다.


성당의 중앙에 다다른 후,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할 때,

조카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내 손을 놓는다.


"안돼. 여기는 조용해야 해."


그러면서 다시 손을 잡지만 이내 조카는 풀러버리고,

안전선 난간에 선다.


"안돼. 여기는 정말 조용해야 하는 곳이야..."


다시 손을 잡았다. 하지만 조카는 다시 손을 푼다.


"알았어요. 내가 조용히 할께요."


"그래. 그럼 손 잡고 가자."


다시 손을 잡는다. 하지만 다시 손은 풀리고, 다시 잡히고, 그러길 여러번.

나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조카를 안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조카는 울 것처럼 몸을 아등바등거리다가 내가 꿈쩍도 안 하자 곧 잠잠해 진다.

나는 재빨리 옆문으로 나간다. 나가자마자 조카는 울음을 터트린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그랬잖아."


자기를 못 믿어준 게 서러웠는지 내 손을 뿌리치며 엉엉 운다.

그 때 다른 문에서 수녀가 나와서 뭐라고 한다. 물론 이해는 못했다.

조카는 잠시 잠잠해지더니 수녀가 들어가자 이내 담장 밖으러 발길을 돌린다. 울면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따라간다.


그런데. 이 장면을 어디선가 한 번 못 적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영화에서였더라?


어두운 성당 안. 옆 문. 밖의 화창함. 수풀. 수녀. 여자아이. 울음. 다 비슷했는데...